템플 스테이를 3박 4일을 하고 오신 우리 딸. 영어 학원 한 군데 숙제도 다 못해서 징징거리셨다. 그러고 다시 어제 학교 갔다 오시는 데 표정만 살핀다. 기분이 좋으신지 아닌지. 썩 괜찮다. 기분이 좋아 보이신다. 우선 난 안심을 한다.
간식을 드시고 어제 하루종일 하고도 다 못한 그 숙제들을 하시고 단어를 외우셨다. 저녁을 드시고 학원을 평상시 보다 ㅇ리찍 가셨다. 문법 시험 빠진 거랑 단어시험을 치고 숙제 남은 것도 거기서 하겠다고. 하아.... 여기서 나의 고난은 시작되었다.
학원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들어왔다. 그리고 20분 정도 지난 후 숨을 못 쉬겠어 머리가 아파 답답해. 나에게 문자 폭탄이 들어온다. 열심히 대답해 준다. 밖에 나가서 숨을 좀 쉬어봐. 물을 마셔봐. 어르고 달랜다.
아이는 바빠서 못 나가 체한 것은 아니야 물을 마시면 더 토할 것같아. 머리도 무겁고 어지러워. 문자 폭탄이다. 그냥 오라고 하고 싶지만 이젠 그럴 수 없는 나이. 엄마가 어떻게 해 줄지 물었더니 별 대답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저런 증상을 보인다. 근데 항상 그 증상은 숙제를 덜 했을 경우에 생기니 참 어떡할 수가 없다. 다들 학원을 4개씩 다니며 숙제를 다 쳐내고 하는 데 영, 수 주 2회 2개 다니면서 그것도 다 못 쳐내서 저렇게 예민하게 하시니 나도 할 말이 없다. 시간이 없나? 아니 노느라고 바빠서 못하셔 놓고는 숙제를 다 못하고 나서는 수업 직전까지 다할 때까지 저리 스트레스받아하신다.
가만히 기다린다. 단어 테스트 통과했다는 문자가 오길. 저 증상은 단어 테스트를 끝나면 줄어들고 수업 들어가면 멀쩡해져서 수업을 다 마치고 온다. 그러니 나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쨌든 어르고 달래서 숙제도 좀 더 미리미리 하고 단어도 좀 더 미리미리 해서 덜 스트레스받게 하는 수밖에 없다. 상전을 모시고 산다.
마치고 올 때까지 안절부절이다. 올 때 기분이 괜찮을까 또 쌩하게 해서 올까. 어제는 그래도 기분 좋게 들어온다. 가기 전엔 그리 피곤해서 오자마자 자라고 하니 알았다고 하더니 오더니 또 십 분만 놀면 안 되냐고 한다. 칼같이 안된다고 하고 재운다. 체력도 약해, 예민해 총체적 난국이 아닐 수 없다. 아직 중2밖에 안된 나의 아이는 언제까지 나를 이리 벌을 세울 것인가.
내가 지은 죄가 많나? 내가 우리 엄마한테 그리 많이 잘못했던가..... 맑은 정신일 때는 다른 사춘기 소녀들보다 나으니까 잘 또 잘 달래고 얼러보자. 내 이번 생에 업보는 다 갚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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